나의 순대는 2호선 아현역에서 추계 예술대학으로 가는 길, 굴다리 조금 지나 있는 아현 파출소 사거리에서 일주일에 단 한번, 일요일 8시경에만 잠시 만날 수 있었던 '동아참순대'다. 트럭 뒤에 설치한 커다란 가마솥에 그날 팔 분량만 딱 삶아 와서는 다 팔리면 뒤도 안 돌아보고 '쿨내'를 풍기며 사라지던 동아참순대 아저씨. 지금 어디 계신가요? 쫀득한 전분기가 좔좔 흘러 고소한 피와 당면에 마치 매니큐어를 바른 듯 윤기가 넘치던 그 순대는, 안에 들어있는 찹쌀이 오히려 퍽퍽하게 느껴질 만큼 찰 졌었는데. 진득한 치감과 굳은 피에서 나는 쇠 맛이 어우러져 극한의 고소함을 풍기던 그 순대와는 영원히 썸이라도 탈것만 같았는데, 이제 어디 가면 맛볼 수 있나요?